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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09 06:05
마음을 나눌 사람, 내가 사는 동네에 있나요?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3  

마음을 나눌 사람, 내가 사는 동네에 있나요?

[일상 비틀기] '포항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19.12.06 13:54l최종 업데이트 19.12.06 13:57l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시나요?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들이나 업무 건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빼고 나면, 어떤 관계들이 남는지 궁금해요. 저는 이 동네에서 11년을 지내고 난 후에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갖게 되었답니다.

나이도 하는 일도 사는 곳도 관심사도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자주 만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해요.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포근해지는지 알리고 싶거든요!

"여러분, 너무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세상은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주변에 여러분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그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지켜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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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근처의 학교에서 있었던 유시민 작가의 강연 말미, 당시의 암울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듯 작가가 전해준 '낙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어요.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어두웠지만, 주변의 억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마음을 나눌 동료'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로 4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저는 서로를 진지하게 응원하는 친구들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기억합니다.

1990년에 대구의 시민들은 '예술마당 솔'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예술을 매개로 세상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를 얘기하고자 했던 시민들은 2012년에는 포항에도 지부를 만들었답니다.

지금 포항에는 '예술마당 솔'이라는 뿌리에서 싹을 틔운 다양한 분야의 소모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이런 자발적인 활동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진심의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어떤 모임들이 있는지 소개해 볼게요.
  
우선, 저는 이 모임에서 몇 년 전부터 '영화로 세상읽기'라는 소모임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포항에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이 생겼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그곳에서 상영하는 작품을 같이 보고 난 후, 그 영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에 대해 각자의 관점을 나누곤 합니다. 모든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없으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2019년의 <영화로 세상읽기 >를 돌아봅니다.  올 한해, <영화로 세상읽기> 모임을 통해 나눴던 영화들과 주제들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수 많은 모습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확인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합니다.
▲ 2019년의 <영화로 세상읽기>를 돌아봅니다.  올 한해, <영화로 세상읽기> 모임을 통해 나눴던 영화들과 주제들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수 많은 모습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확인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합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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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특히나 여성이 말하는 여성의 삶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고, 칸이 선택한 봉준호 감독에 대한 환호도, 여전히 아픈 세월호의 슬픔도 함께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만나서 영화와 세상을 얘기하고 있을 테니,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은 언제라도 저희를 찾아오세요!
 
영화 <벌새 >의 GV에 참여했습니다.  올해 독립영화 최고의 화제작은 누가 뭐라해도 <벌새>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세상 여러분들과 함께 포항에서 열린 김보라 감독과의 GV에 참여했는데,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 영화 <벌새>의 GV에 참여했습니다.  올해 독립영화 최고의 화제작은 누가 뭐라해도 <벌새>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세상 여러분들과 함께 포항에서 열린 김보라 감독과의 GV에 참여했는데,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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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커피를 줄이고 보이차를 마시고 있다는 거예요. 진한 커피 한 잔은 일터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에 도움을 주지만, 당장이라도 시위를 떠나야 하는 화살처럼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라면 제대로 숨도 쉴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올해 동안 '차다락'에서 함께 보이차를 마시면서, 일상의 여유를 온전하게 나의 것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잘 내려진 좋은 차 한 잔이 우리를 얼마나 따듯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도 느꼈고요. 앞으로도 어떤 차를 만나게 될지 매번 기대하고 있답니다.
 
<차다락 >에서 함께 보이차를 마십니다. 커피를 좋아합니다만, 가끔 보이차를 통해 느끼는 여유에 행복해집니다. 차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 <차다락>에서 함께 보이차를 마십니다. 커피를 좋아합니다만, 가끔 보이차를 통해 느끼는 여유에 행복해집니다. 차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 손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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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중에는 포항의 이곳저곳을 함께 걸으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포항사랑 걷기'라는 모임도 있어요. 혼자 걷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전해지는 에너지가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포항에서 11년도 넘게 살아왔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보물 같은 산책로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고요. 게다가, 포항에는 나지막한 산과 푸르른 동해의 바다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길들이 많더군요. 여러분, 우리 함께 걸어요!
 
걷기좋은 길을 함께 걸어요! <포항사랑 걷기 > 모임은 매달 포항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소개해 줍니다. 평소 걷기 힘들었던 곳들을 함께 걷다보면, 살고 있는 지역이 좀 더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 걷기좋은 길을 함께 걸어요! <포항사랑 걷기> 모임은 매달 포항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소개해 줍니다. 평소 걷기 힘들었던 곳들을 함께 걷다보면, 살고 있는 지역이 좀 더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 서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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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7년의 11.15 포항 지진에서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복한 흥해 만들기'도 있는데, 그들에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지진의 아픔을 함께 위로하며 해결해가는 모임이에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잊혔겠지만, 지진으로 살고 있던 보금자리를 잃은 분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분들의 아픔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남용되고 피해 복구는 한없이 더딘 현실에서, 이분들처럼 마을을 복원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은 지역을 재생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에술마당 솔'에서 함께하는 송년회입니다.  지난 11월 22일, 서로 흩어져서 활동하던 모임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처음 만난 분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 느낌을 갖는 특별함이, 여전히 따스하네요.
▲ "에술마당 솔"에서 함께하는 송년회입니다.  지난 11월 22일, 서로 흩어져서 활동하던 모임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처음 만난 분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 느낌을 갖는 특별함이, 여전히 따스하네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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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2일에는 이런 다양한 소모임들을 통해 각자 활동하던 회원들이 모여서 송년회를 가졌어요. 근처의 식당을 예약하고 회원들은 각자 나눠서 맡은 역할을 통해 모임의 한 부분이 되었답니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된 행사는 최선을 다해 지나온 2019년에 대한 칭찬과 다가오는 2020년에 대한 응원을 나누며 마무리되었어요.

송년회를 마치고 났더니, 남쪽의 포항도 훌쩍 겨울로 다가선 느낌이네요. 차가운 바람으로 머리는 얼얼하지만, 좋은 친구들과 기꺼이 나누었던 응원 덕분인지 마음은 한결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짜잔' 하고 찾아오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런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가 새로운 동료들을 만들어가고, 그 변화의 물결 안에서 연결된 '우리'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이 완고하게 버티는 현실에 비참해질 때도 많지만, 저는 서로를 응원하는 '우리'를 믿어 볼 생각입니다. 아무리 버텨도 세상은 변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그 변화의 목격자가 될 테니까요.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복수는, 더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라 믿습니다.  

여러분도 '예술마당 솔'의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드시길 바라요. 좀 더 넓어진 '우리'가 만나는 날, 세상은 분명 좀 더 나은 곳이 되어 있을 겁니다.